사진가 제임스 낙트웨이

 제임스 낙트웨이, 고통 앞에서 카메라를 든다는 것

― 다큐멘터리 〈The War Photographer〉를 중심으로

제임스 낙트웨이는

전쟁 사진가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인물이다.

그의 사진은 전쟁을 기록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고통과 존엄을 동시에 마주하게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의 작업을 존경해왔다.

그 이유는 단순히 위험한 현장을 담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진가의 태도 때문이다.

제임스 낙트웨이가 특별한 이유

낙트웨이의 사진에는

전쟁의 규모나 전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지속적으로 프레임 안에 넣는 것은

상처 입은 개인의 얼굴이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영웅도, 상징도 아니다.

대부분 이름 없는 사람들,

전쟁에 휘말린 평범한 인간들이다.

이 점에서 낙트웨이는

전쟁을 ‘사건’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사진가다.

〈The War Photographer〉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

다큐멘터리 〈The War Photographer〉는

낙트웨이의 작업 과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따라간다.

과장도 없고,

영웅 서사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상적인 것은

그가 얼마나 조용하게, 집요하게 촬영하는가이다.

카메라에 장착된 작은 미러 장비는

그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총성이 울리는 현장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빠르지만 흥분되어 있지 않다.

이 다큐멘터리가 감동적인 이유는

참혹한 장면 때문이 아니라,

그 장면 앞에서 사진가가 어떻게 자신을 통제하는지를

끝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통 앞에서 사진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낙트웨이에 대한 가장 흔한 질문은 이것이다.

“저 상황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과연 옳은가?”

〈The War Photographer〉는

이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낙트웨이의 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설득한다.

그는 말한다.

사진은 고통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무시되지 않게 할 수는 있다

그의 사진은

구조를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억을 대신한다.

연출되지 않은 존엄

낙트웨이의 사진에서 인상적인 점은

피사체를 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고통을 미화하지도,

충격적으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프레임은 정직하고,

빛은 절제되어 있다.

이 절제 덕분에

사진 속 인물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존엄을 가진 존재로 남는다.

이 점이

그의 사진이 오래도록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왜 이 사진들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가

전쟁은 시대마다 달라지지만,

낙트웨이의 사진은 낡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특정 사건을 넘어

인간의 조건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공포, 상실, 슬픔, 그리고 침묵.

이 감정들은

전쟁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진가의 윤리, 그리고 침묵하지 않는 선택

〈The War Photographer〉를 보고 나면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낙트웨이는

중립을 가장한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고통의 현장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 선택은 위험했고,

때로는 비난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사진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은

보는 것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제임스 낙트웨이를 존경하는 이유

내가 낙트웨이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의 용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끝까지

사진을 권력이나 명성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고,

사진가 자신을 앞세우지도 않았다.

그의 사진에는

항상 피사체가 먼저 있다.

사진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사진가는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그는 지금도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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