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진가들은 한 화각을 고집할까?

  


사진가들이 한 화각을 고집하는 이유

사진 장비가 발전하면서 카메라는 점점 더 많은 기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줌렌즈는 한 자리에서 다양한 화각을 사용할 수 있고, 최신 카메라는 자동 초점과 고속 연사, 고해상도 센서를 통해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진가들은 오히려 단순한 방식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특히 한 개의 단렌즈만 들고 촬영하는 방식은 지금도 많은 사진가들이 선호하는 촬영 방법입니다.


이러한 촬영 방식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사진을 바라보는 태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진가들이 특정 화각의 단렌즈를 오랫동안 사용하며 자신만의 시선을 만들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프랑스의 사진가 Henri Cartier-Bresson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사진 작업을 35mm 단렌즈로 촬영했고, 카메라는 Leica M3를 사용했습니다. 그는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순간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단순한 장비를 선호했습니다. 그의 사진 철학은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이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화각이 몸에 익는다는 것

한 화각의 렌즈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사진가는 점차 그 화각에 익숙해집니다. 장면을 보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 프레임이 떠오르고, 카메라를 들기 전에 구도가 형성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진가들이 “눈이 렌즈가 된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35mm 렌즈를 오래 사용한 사진가는 사람과의 거리, 배경의 범위, 화면의 구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화각을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장면과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사진가는 점차 자신만의 시선을 갖게 됩니다.


사진가는 움직이며 촬영하게 된다

줌렌즈는 한 자리에서 화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렌즈는 그렇지 않습니다. 촬영자는 직접 움직이며 구도를 찾아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가거나 뒤로 물러나면서 장면과 거리를 조절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사진은 발로 찍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렌즈는 사진가를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장면과의 관계도 더 깊어지게 됩니다. 특히 거리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진가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많은 사진가들은 특정 화각을 오랫동안 사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Robert Frank은 50mm 렌즈를 중심으로 작업했고, 그의 사진집 The Americans는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거리사진가 Garry Winogrand은 28mm 광각 렌즈를 자주 사용했으며, 역동적인 거리 장면을 담아낸 사진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특정 화각을 오래 사용하면 사진 전체에 일관된 시선이 형성됩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도 그 작가만의 시각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단순함이 집중을 만든다

현대 카메라는 매우 복잡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렌즈를 교체하고, 여러 화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촬영 방식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선택이 많아질수록 사진가는 장면보다 장비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단렌즈 하나만 들고 촬영하면 이러한 고민이 줄어듭니다. 화각을 선택할 필요도 없고 렌즈를 교체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진가는 자연스럽게 눈앞의 장면과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진가들이 단순한 장비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시선이다

오늘날에는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카메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인 Canon EOS R5 Mark II 같은 장비는 높은 해상도와 뛰어난 성능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카메라는 전문적인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진가들은 개인적인 작업이나 일상적인 촬영에서는 오히려 더 단순한 장비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결국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사진가의 시선과 순간을 바라보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단렌즈 하나로 촬영하는 방식은 단순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단순함 속에서 사진가는 장면을 더 깊이 바라보고, 자신만의 시선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진가들이 결국 다시 단렌즈로 돌아오는지도 모릅니다.


사진은 결국 장비의 경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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